뉴스터, 몹쓸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조호
발행일 2024-07-29 조회수 184
뉴스 코멘터

뉴스터에 참여하게 된 이유

구독해 읽고있던 시사인이 언젠가부터 쌓여만 갔습니다. 읽고싶은 뉴스는 읽고싶은 뉴스인 채로 북마크에 쌓아놓고 읽은 뉴스가 되질 않았습니다. 언제든 읽을 수 있는 것들은 바로 그 이유로 언제까지고 읽지 않은 채로 낡아갔지요. '좀 읽어야 하는데..' 하는 조바심마저 낡아서 이젠 읽지 않는 생활이 익숙해진 때에 친구를 통해 뉴스터라는 곳을 알게 됐습니다. 뉴스터는 안전한 뉴스 공간 캠페인즈에서 뉴스와 코멘트를 통해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라고 했습니다. 코멘트를 달아야 한다면 뉴스를 읽어야만 하고, 남들이 보고 있다면 또 어느 정도는 해내야 한다는 게 뉴스 읽는 습관 들이기에 좋은 도움이 되겠다 싶어 신청했고, 의외로 즐거운 뉴스터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뉴스터 6월 정기모임 오프터레코드 기념사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저.

다른 곳이 아닌 이곳

뉴스터 활동을 하며 가장 처음 좋았던 건 내가 하는 두서없는 말을 경청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제가 그동안 나의 말을 하길 원했구나, 아니,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길 원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어요. 뉴스터 사람들은 제가 말을 못해도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남의 말을 듣고, 또 자기 말을 했습니다. 여럿이 의견을 나누다보면 격해질 수도 있는데 그런 일도 없었어요. 그저 다들 마음을 열고 다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그냥 그게 당연한 예의일지도 모르고요. 모두 어느 정도는, 그러니까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듯이) ‘좋은 사람’이라고 할만큼 잘 알고 있진 않지만 적어도 몹쓸 사람들은 아닌 게 확실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말하는 내용에서, 태도에서, 그리고 혐오와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행동 강령이 있는 캠페인즈라는 플랫폼을 선택한 것에서도 어느 정도 신뢰가 있었죠.

하지만 댓글을 보다보면 의견이 영 다를 때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댓글 기능이 없어서 영영 꼬리를 무는 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작은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인터넷상에서 생각이 많이 다른 글을 볼때면 저런 멍청한 자식! 하고 화만 내고 넘깁니다. 의견을 나누지는 않아요. 사람의 악의를 가정합니다. 실제로 세상엔 악의를 갖고 말하는 사람이 많고, 대화를 해볼래도 내 말이 맞고 넌 틀렸는데 왜 우기느냐는 평행선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뉴스터에서 새로웠던 점은, 상대에게서 악의를 읽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어요. 다른 의견은 다른 의견일 뿐이고, 어쨌든 악의가 없다는 점. 어떤 것들은 의도가 없어도 나쁜 것이 되곤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의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도 하잖아요. 태도가 본질만큼 중요한 것처럼. 

그래서 뉴스터가 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는 나의 존재를 망치려고 하는 사람은 없구나. 저는 성소수자이자 지정성별 여성으로서 사회로부터 끝없이 존재를 부정당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악의가 무섭고, 말이 통하는 게 중요합니다. 뉴스터에서는 혐오발언을 운영단계에서부터 막아준다는 점이 일단의 안전함이 되었고,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고 있는 사람 또한 이곳을 택한 사람이라는 점이 신뢰감을 줬어요. 그리고 웬만하면 뉴스터 정기모임에서 얼굴을 보고 서로 미소짓고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이라는 점도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크게 작용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알고 모르고는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모든 코멘터가 서로 다 아는 사이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이곳을 택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멘트는 생각을 많이 하고 쓸 때도 있고 그저 편하게 기분 표현만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호의가 있는 사람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일을 공유하고 싶어서 뉴스를 가져오게 됐고, 내가 보는 나의 세상을 알리고 싶게 됐고, 남이 보는 남의 세상도 조금이나마 알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제 말이 무조건 맞다는 아집이 강한 사람인데, 제 아집은 일종의 방어기제입니다. 저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죠. 무엇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세상의 사람들로부터. 세상 사람들의 말로부터. 아집이 강한 모든 사람들 또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저는 저 자신에 대한 신뢰만 남긴 채 아집을 빼고 남의 말을 화 없이 듣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저의 이 바람에 뉴스터 활동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요

안전하면서도 확증편향이 생기기 힘든 곳은 은근히 찾기가 어렵습니다. 안전하면 금세 안온해지고, 다르면 공격적이 되기 일쑤인 세상이라서요. 그래서 뉴스터가 소중합니다. 저를 천천히 성장시킬 수 있는 곳이에요

새롭지만 안전한 사람을 만나 세상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을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 당장 다음주 정기모임에서는 좀 더 남의 말을 깊게 받아들여보기로 결심해 봅니다.

 

 


젠더퀴어 성소수자 조호입니다. 알바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세상이 마음 편한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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