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편에선 로컬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나누며, 지역에서 살아가는 방법과 우리의 태도에 대해 두 전문가와 얘기를 나누었다. 이번 마지막 편에서는 로컬, DMZ에 대한 고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DMZ OPEN 해커톤>에 아이디어를 제안한 두 팀을 만나보았다.  

 

DMZ 지역을 소개할 때 꼭 언급되는 것이 ‘보존된 생태, 아름다운 자연 환경’입니다. 민간인 출입을 통제한 지역적 조건 때문에 수도권 인접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죠.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동식물과 보호종이 자유롭게 어우러진 자연을 보호하고 이 지역이 가진 생태적 가능성을 어떻게 유지할 지도 DMZ를 언급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요소입니다. 

해커톤 프로젝트에서 자연 친화적인 프로젝트를 꼽자면 DMZ산스장(이하 산스장)과 DMZ에코라이드(이하 에코라이드)가 대표적인데요. 숲에 청년들이 모여서 자연친화적인 운동을 하는 산스장의 기획과 경기 북부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에코라이드는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개발과 자연보호는 서로 반대의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둘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특히 지역의 생태 보호를 위해서는 보호라는 이름의 방치보다는 계획적인 개발과 미래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산스장 임미려 님, 에코라이드의 신동은 님의 프로젝트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해 있습니다. 

 

 

 

산스장 임미려(이하 임미려) 페이스북에서 아는 분이, 아 그분은 강원도에서 공정관광 여행프로그램을 하시는 분인데요. 경기도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우리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올리신 글을 우연히 봤어요. 그걸 보고 '아, 이건 딱 우리를 위한 프로젝트다'하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민북 지역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이 지역을 알리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DMZ 안에서 이 지역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걸 해결하려고 움직이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서 SNS에도 올리고 주변 친구들에게 '내가 이런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는데 같이 아이디어를 내보자'고 이야기도 하면서 참여하게 됐어요. 

에코라이드 신동은(이하 신동은) 평소에 자전거를 배워보고 싶단 생각이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자전거를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한국에 별로 없어요. DMZ에서 이걸 배울 수 있게 하면서 사람들이 오가게 하면 어떨까, 공간이 넓으니까 자전거를 배우고 또 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려고 친구와 이야기하다 보니까 DMZ가 생태 환경이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잖아요. 자전거를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싶은 사람을 위한 프로젝트로 만들면 생태 환경에도 좋고 DMZ에 유입 여행객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신동은 네. 저는 아직도 자전거는 못 타요.(웃음)

 

신동은 네, 자전거를 타지 못하니까 언젠가 배워 봐야지 하는 생각을 마음 속에서 늘 하고 있었는데 해커톤 공고를 보고 자전거가 먼저 떠올랐어요.

 

임미려 사람들이 DMZ라고 하면 모르진 않지만, 과거에 만들어진 특정한 이미지로만 생각하잖아요. 저는 그 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은 아니지만, 그 지역에 들어가 일하다 보니 DMZ가 굉장히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고 현장에서는 다양한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단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를 뛰어 넘어 지금 그리고 앞으로 여기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의 가능성을 외부에 많이 알리고 싶었어요. 

 

 

임미려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죠. 임업과 농업을 하려면 농기계를 빌리고 관에서 허가를 받고 하는 작업들이 필요한데 그런 것 하나 하나도 다 맨땅에 헤딩을 해가며 했어요. 누가 옆에서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선뜻 도와줄 지인이 지역에 있는 것도, 부모님이 거기 사시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근데 생태적으로 여기가 아름답고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것들은 다들 알고 있잖아요. 이런 공간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그런 고민을 가지고 지역에 들어갔던 거고, 제 성향이 좀 남들이 안 하는 것,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무모했던 거죠.(웃음)

 

 

임미려 DMZ라고 하면 사람들이 민간인 통제구역과 DMZ를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지역민이 생업을 일구며 살아가는 민간인 통제 구역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일단 지뢰매설이나 안전상 들어갈 수 없는 DMZ 지역은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서 동식물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인위적으로 불을 지른 지역은 초지가 펼쳐져 있고, 또 거기서 자연은 계속 자생하기 때문에 사람의 행위와 자연의 복원이 겹쳐져서 특이한 풍경이 나온 곳도 많지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고, 일부공간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민간인통제구역은 다릅니다. 이 곳은 생태적 우수성만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방치나 무관심을 넘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어떻게 하면 사람과 자연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만들 수 있을까, 에 대한 해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개발은 안돼! 이게 진짜 거기를 보호하는 게 맞을까? 그게 진정한 공존은 아니죠. 무관심으로 방치하고 있으면서, 생태적 보호라고 할 순 없는 거죠. 이 공간을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인간과 동식물이 공존할 수 있게 적절한 개발을 할 것인가, 그런 것을 고민해보는 지역이 되어야 해요. 그래서 큰 지역을 그냥 DMZ라고 부르기 보다는 세세하게 나눠서 보고, 또 그렇게 관리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동은 네, 저는 경기북부에 대해 잘 몰랐지만,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가면서 그 지역에 가서 느낀 게 확실히 자연이 도심과는 다르다는 거였어요. 이걸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여행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자전거는 탄소배출이 없는 이동수단이잖아요. 최근 다른 지역들은 자전거길을 만들어서 관광 산업의 일환으로 이용하고 있기도 한데, 경기 북부에는 아직 그런 시도가 없으니 에코라이드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임미려 2016년에 파주에 들어갔는데요. 원래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가 앞으로 경기가 더 안 좋아질텐데 우리가 겪고 있는 고령화, 수도권중심화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딜까 생각했을 때 저는 경기 북부라고 생각했어요. 표면적으로 산스장도 그렇고 제가 지금 일하는 곳은 '숲'이라는 공간이에요. 여기는 공간적으로 나무들이 있고 생태적으로 중요한 곳이지만 필연적으로 개발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봐요. 개발이 꼭 나쁜 것이 아니라 확실한 발전 계획 안에서 숲을 일궜을 때 젊은 사람들을 여기로 모이게 하려면 어떻게할까. 무분별한 욕망, 개발이 아닌 이 공간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그 밑 단계를 우리가 만들어 보자 해서 시작했던 거죠. 

 

 

임미려 제가 작년부터 하고 있는 것은 유리 온실인데요. 궁극적으로는 이 안에서 다양한 행사나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기획하고 있어요. DMZ 역사 체험, 생태 관광이라고 하면 무거운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에게 '거기 가면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대! 환경을 보호해야 한대! 아픈 역사를 알아야 해'라고 구호를 하는 게 과연 매력적일까 하는거죠. 코로나때 헬스장을 못 가니까 운동을 좋아하는 20대들 사이에서 '산스장'(산 헬스장)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대요. 그것처럼 우리도 숲에서 운동도 하고, 휴대폰도 꺼놓고 자연을 즐기는 트렌디한 이미지를 가져가면 어떨까 했어요. 같이 하는 팀원들 중에 20대들에게 리서치를 많이 했고 '우리 숲에 가서 단체로 운동하자'라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가져가 보면 어떨까 하는 거죠. 인위적인 헬스 기구를 숲에 두는 게 아니라 산에 원래 있는 통나무나 자연물을 가지고 훈련을 하는 것처럼, 자연을 훼손하는 캠핑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운동도 하고 힐링을 하는 시간을 젊은 사람들과 기획해보는 게 프로젝트 취지였어요. 10명 정도 모여서 극기훈련처럼 짜여진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재미있게 숲에선 놀아보자 하는 거요. 

 

 

임미려 아, 예시가 그런 거긴 한데, 기존에 있던 프로그램이 아니니까 뭔가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설득을 하려면 '통나무를 들고 하는' 훈련을 설명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그 보다는 재미있고 매력적인 콘텐츠로 안을 채울 계획이지만요. 저희 숲에 오면 멀리서 훈련 포탄소리가 들려요. 처음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세요. 도심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잖아요. 근데 이 조차도 이 지역의 특성으로 설명드려요. "와, 지금 우리를 환영하는 소리가 나네요." 하면서요. 그 소리를 배경으로 명상이나 요가를 하고, 휴대폰은 완전히 끄고 디톡스를 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게 굉장히 귀한 경험이 될거라고 봐요. 

 

 

신동은 경기 북부 지역을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여행자들이 어떤 경험을 만들 수 있을까, 에 방점을 두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멘토 님이 '그 지역의 가능성, 지역의 브랜딩을 수정해서 에코라이더들이 올 수 있는 지역으로 브랜딩을 하면 좋겠다'고 얘기 해주셨어요. 저는 여행만 생각 했지 그걸 지역 브랜딩으로 연결해 볼 생각은 못했거든요. 처음엔 라이딩 동선을 짤 때 파주에 사는 사람에게 많이 물어봤는데 그 지역에 자전거를 탈 만한 도로가 부족하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은 너무 큰 일이 되기 때문에 일단 현재 있는 도로로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곳이 어디이고, 어디와 어디를 연결했을 때 여행자들이 즐길 풍경이 있는 지를 조사했던 것 같아요. 

임미려 기억에 남는 멘토분 말씀이 있어요. 멘토님이 "산스장이 정책 제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해커톤은 정책 공모인셈인데, 산스장은 개인의 사업으로 봐야 할 것 같다는 거였죠. 결국은 '공공이 해야 할 일을 개인이 하느라 고생이 많으셨겠다'는 거였는데, 그 말씀이 저에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 지역에서 공사를 하나 하려고 해도 자재를 들여와야 하고, 대형 부자재가 들어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역이라 관을 하나 하나 설득하는 게 힘들었거든요. 이게 해결됐나 싶으면 또 다른 데서 막히고. 숲에 사람들이 오게 하려면 나무만 있어선 안 되잖아요. 산책로도 있어야 하고 온실도 만들고 사용할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만드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공공이 민북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하려고 하면 남북 관계 영향을 많이 받아요. 시작 되었다가 외부 요인으로 중단되는 게 많데요. 그런데 이게 토대를 만들려면 지속이 되어야 하잖아요. 개인이 들어가서 사업을 하는 게 저는 오히려 큰 틀에서 유의미하다고 봐요. 저희가 실체적인 현장을 만들어서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사람들이 '아, 저 지역에서 저런 문화 관광 사업도 가능하구나' 하는 거니까요. 숲은 하나의 시작일 뿐이고, 여기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거죠. 

 

 

임미려 네, 멘토 님은 어떤 의문을 제기하신 거지만,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개인이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 공모 사업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해주셨거든요. 이 지역에 저희가 임업 시설을 구축하는 게 개인에게는 큰 희생을 요하는 일이었어요. 제가 그런 마음으로 진행을 하고 있지만, 개발에 대한 우려도 있고 이 공간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제각각 다르고요. 그런 마음들을 조화롭게 해서 제 3의 길을 제시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신동은 저는 어떤 지역에 가든 박물관에 가고 그 지역 역사를 공부하는 게 취향인 사람이라 해커톤에도 참여하게 됐거든요. 넓게 생각해 보면 사람들에게 '오, 이거 재미있겠다'라는 감흥을 들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도시에 살다 보면 한 지역에 오래 머물 수 없잖아요. 내 집이 아니면 이사를 해야 하고 여기가 내가 정주하는 곳이라는 감각이 없으니 지역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어려워요. 사람들이 여기가 내 지역, 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많이 갖게 하려면 결국 이해관계가 생기거나 관심을 유도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임미려 낯설고 재미있는 게 있어야 하는 게 맞아요. 제가 유리 온실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설계사님과 얘기한 것도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 숲이지만 여기 들어왔을 때 유리 온실이 있으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유리온실 뒤로 산이 펼쳐져 있으면 '아 여기가 한국이 맞나?' 싶거든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관심을 가지게 하는 건 '나도 거기 가보고 싶어'라는 감각을 들게 하는 것 같아요. 좋은 경험을 얻고, 나도 가보고 싶게 만들면 자연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죠. 숲에서 디톡스를 하고 쉼을 얻는 프로젝트를 곧 오픈할 계획에 있어요. 저도 처음 해보는 일투성이라 잘 하고 있는 지, 이게 맞는지 고민이 많아요.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치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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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코리아> 편집장. 전 <씨네21>기자. <한겨레> <하이컷> <나일론> <대학내일>, 텐아시아, 카카오 등 온 · 오프라인의 미디어에 대중문화 글을 기고했다. 쓴 책으로 에세이집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이 있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장,단편 심사. 그 외에 책과 영화 관련해 강연 및 연재 활동 중. 고양이 후추의 집사. (인스타그램 @cheesedals)

꺼지지 않는 불씨로 주위를 따스하게 만들고 싶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