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와 데이터의 만남

보리숲
발행일 2024-04-08 조회수 364
데이터

저는 오래된 우리 동네 나무들, 그늘을 만들어 주는 가로수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때때로, 그 오랜 세월을 증명하는 굵은 밑동만 남기고 잘려진 가로수들을 보게 됩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왜 잘려졌을까요? 잘린 후에는 다시 심어질까요? 어떤 이유로든, 잘리기 전에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기후 위기로 인해 점점 더워지는데 가로수를 자르기보다는 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가로수는 정부 기관에서 관리합니다. 그러나 관련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전화로 문의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진척이 없었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은 하지만, 해결법은 잘 몰랐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빠띠의 '데이터 기본교육' 모집 공고를 보고 망설임 없이 참여했습니다. '데이터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요!'라는 문구가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지난 3월 진행한 시티즌패스 3월 데이터 기본교육

교육은 3주 동안 총 3회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첫 날에는 '데이터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를 살펴보았고, 둘째 날에는 '공익중개사', '춘천 폐지수집 리어카'와 같은 저의 관심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액티비즘 사례를 접했습니다. 이미 기관에 쌓인 방대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선별하여 유의미한 결과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저의 관심사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참가자들의 관심사를 공동 칠판에 모아보는 시간도 있었는데, 다양한 주제가 흥미로웠습니다. '데이터'라는 하나의 교육을 통해 수많은 이슈가 해결되거나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기더군요. 마지막 날에는 내 관심사에 대한 공공데이터를 찾는 방법을 배우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직접 검색하고 정리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가늠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도움이 된 시간이 아니었나 합니다. 아니면 또 영영 묵혀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심 이슈를 함께 모으고, 관련 데이터 소스 붙여보기

제 이슈로 돌아가서, 지자체가 가로수를 관리하는 방법을 파악해보면 가로수를 심거나 자르는 이유와 가로수를 잘 보존할 방법을 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우리 동네 가로수 지키미’라는 문제를 제안하고 관련 데이터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가로수 관리'로 검색해 관련 조례를 찾아냈습니다. 조례에는 '가로수 관리 대장'이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이 대장을 살펴보면 가로수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숲과나눔' 재단의 '숫자로 보는 서울 가로수 이야기'라는 글을 통해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숲과나눔‘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가로수 데이터를 얻어 정리했습니다.

블로그 ‘숲과나눔’ (https://blog.naver.com/korea_she/222726002407)

그 글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미국 뉴욕시에는 ’가로수 지도‘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1995년부터 자원봉사자들이 동네 가로수를 조사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웹 지도 상에서 각 나무의 위치, 수종, 굵기 등을 하나하나 클릭해서 확인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대기 질 개선, 열섬 저감, 탄소 흡수, 우수 유출 감소 등 가로수가 주는 환경 가치(2005년 당시 연간 1억 달러)를 환산해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뉴욕시 가로수 지도(https://tree-map.nycgovparks.org)

이 사례를 통해, 조사해야 할 내용과 대상이 구체적일수록 뽑아낼 수 있는 결론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의 굵기를 조사하면 탄소 저장 및 흡수량을 계산해 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가로수의 환경 가치를 구체적 액수로 환산할 수 있게 되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식목일이 며칠 전이었네요. 과거에는 이 날 민둥산에 나무심기와 같은 직접적인 액션이 있었던 반면, 요즘은 기억에 남는 경험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동네마다 '가로수 지키미' 모임이 시작되어 가로수를 조사하고 환경 가치를 환산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식목일에 우리 동네 나무 조사하기, 부족한 수종 심기 등의 액션으로 이어져 기후 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이번 데이터 교육을 통해 각 참여자들이 각자의 이슈를 구체화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하게 되고, 그러한 참여가 세상을 개선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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