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3년 차 이하 활동가들 20명이 모였더니..(더 보기)

수빈
발행일 2024-04-30 조회수 457
N월의 만남

지난 4월 23일, 시티즌패스 4월의 만남 <쓸데 잇는 이야기>에 다녀왔다. 비영리/소셜섹터에서 활동하는 3년 차 이하 활동가들이 모여 고민과 걱정을 나누는 자리였다. “나도 저연차 활동가인데! 너두?”라고 반가워하며 인사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얼마나 될까? 조직 밖에서 홀로 활동하는 것이 외롭고 버거워질 때쯤 들려온 소식이라 더욱 반가웠다. 

 


모임은 크게 호스트의 발표, 사전 설문 결과를 나누는 브리핑 시간, 다 같이 이야기 나누는 테이블 토크와 뒤풀이로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비건 피자와 맥주가 제공되는 뒤풀이 시간을 참 좋아한다 호호..) 나는 빠띠 활동가 태이님 제안으로 호스트를 섰는데, 무얼 나눌지 고민하다 3년 동안 조직 밖에서 콘텐츠를 만들며 사회문제와 소셜섹터를 알려온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영리 기업의 마케터가 될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환경운동가를 꿈꾸고 있었다는 이야기, 그렇게 소셜섹터에 들어왔다가 결과적으로 조직 밖에서 개인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이야기. EFG(이엪지)라는 작은 매체이자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며 든 고민 등.. 활동이라는 주제를 포괄한 일종의 커리어패스를 나눴던 것 같다. 

 


왜 나는 조직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활동, 운동이라는 게 비단 활동가만의 역할이 아니기를 바랐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문제를 의식하고 이웃과 불평을 나눠도 보고, 좀 더 나아간다면 조직화도 해보고 목소리를 내면서 그렇게 조금씩 활동의 범위를 키워나가는 것. 특정한 사회적 가치에 집중하는 운동보다 운동의 방식과 철학을 고민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참여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자기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이해하고,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 사회적 활동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자기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하자”였다. 가볍게, 친구와 수다를 나누듯이. 개인의 작고 좁고 느린 이야기가 확산하려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면 내가 먼저 그 역할을 해보고자 했다. 그걸 잘할 수 있는 게 매체라고 생각했고, EFG를 거쳐 현재 노매더 노마더스라는 인터뷰 전문 매체로 이어졌다. 


“내 활동이 실제로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다 보니 번아웃이 오더라구요”
“롤모델이나 조언을 구할 선배가 없어서 막막했어요”
“제가 저를 활동가라고 말할 수 있나? 제 정체성을 모르겠어요”
“진짜 이제 막 입사한 활동가인데,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을 고민 중이에요” 


참여자분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문득, 우리(활동가)가 모집단이 적은 것도 있지만 커리어 쪽으로 다양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활동가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고정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거기서 벗어나는 것들은 활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달까. 영리적이고 상업적인 느낌은 지양해야 할 것 같고, 반대로 내가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사실 이건 내 얘기이기도 하다. 나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소개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러운 이유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Aㅏ, Eㅣ것도 제가 해요?”라는 말이 나오는 일은 활동이 아닌 걸까? 나 또한 여러 자잘한 업무를 병행하며 일하는 것이 내 전문성으로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 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사전 설문조사에서도 요즘 일하면서 가지는 고민 중 1위가 실무 역량(8명), 2위가 부족한 직무 경험(6명)이었다.


프레임을 깨고 싶다. 이 분야엔 정답이 없으니 자유롭고 즐겁게 자기만의 활동가 여정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알리며 사회문제를 은연중에 사람들의 인식에 불어넣고 싶다. 그러려면 이 모임의 주제처럼, 쓸데 잇는 이야기가 더 많아져야겠다. 나는 어쩌다 활동가가 되었는지부터 내가 생각하는 활동은 무엇인지 등등. 짧은 시간 동안 스쳐 갔던 활동가분들의 얼굴을 다시금 한 명 한 명 떠올려 본다. 언젠가 진득하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임을 회고해본다.

📝글 : 수빈 (콘텐츠 활동가 / EFG, 노매더 노마더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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