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매니저의 물 밑 작업

소담
발행일 2024-08-01 조회수 388
N월의 만남

"내 정체성은 무엇일까? 내 콘텐츠는 누구에게 읽히고 있을까?"

작은 비영리조직에서 다양한 일들을 함께 하며 콘텐츠를 만들다보니, 이런 질문을 가지게 됐어요.

이런 고민이 생기던 찰나에, 시티즌패스 ‘[콘텐츠/브랜딩 경험.zip] 나는 ‘노잼’은 딱 질색이니까’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어떤 '물 밑 작업'을 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비투비는 모든 부모가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아기를 키우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비영리스타트업입니다.

저는 비투비에서 콘텐츠 매니저로서의 업무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1. 위기상황의 부모에게는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를, 
  2. 사회구성원에게는 문제해결에 참여할 기회를, 
  3. 다양한 기업 및 조직에 비투비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전달할 대상이 (너무) 많잖아!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대상을 향하지는 않았습니다.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것이 더 필요할까?’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팀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점점 콘텐츠의 범위가 넓어졌어요. 그리고 각 대상에게 콘텐츠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대상마다 톤앤매너를 조금씩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 대상별로 설정한 톤앤매너와 그에 따른 주요 메시지

톤앤매너는 어떻게 설정하나요?

처음부터 명확한 톤앤매너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니었어요. 콘텐츠를 전달하고자 하는 대상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했고, 이를 고려해서 톤앤매너를 설정했습니다.

▲ 콘텐츠를 읽을 부모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현장에 나갔던 모습

처음에는 위기상황에 있는 부모들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으려면 최대한 친절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정하고 수용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어려운 상황에서 이 콘텐츠를 보면 안심이 되고, 위로를 얻을 수 있게끔 말이에요. 

하지만 현장에서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부모들을 직접 만나보니,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F 인간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T 인간도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친절하지만, 가끔은 따끔하게 팩트를 전달하는 친절함 70%, 단호함 30%라는 캐릭터를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 뉴스레터 구독자에게 보냈던 모금 요청 편지

또 다른 예로, 사회구성원에게 보냈던 모금요청서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 편지를 작성하기 전, 비투비 뉴스레터 ‘월간임팩트’ 의 구독자들에게 몇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월간임팩트를 왜 구독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말이에요. 

답변을 모아보니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비투비의 방식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고, 필요한 예산과 사용처를 알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구독자들의 답변을 참고해 감정에 호소하는 모금이 아닌,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사업계획을 보여주었고, 투입인력과 예산을 세부사업별로 쪼개어 보여주었습니다.

비영리 조직의 콘텐츠 직무, 원래 이런가요?

위에 소개해드린 것처럼 콘텐츠의 톤앤매너를 설정하고, 직접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시간도 많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시간도 정말 많습니다.

부모에게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기 위해 외부 팀과 크롤러를 개발하기도 하고, 콘텐츠를 읽는 사람을 만나러 현장에 나가기도 하고, 우리가 문제해결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잘 알리기 위해 임팩트 측정 체계를 설계하기도 했어요. '콘텐츠 매니저'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던 일들이 많아지자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어요. 

▲ 콘텐츠 직무의 상상과 현실

"나 이대로 괜찮을까?"

타이틀은 콘텐츠 매니저인데, 콘텐츠보다는 다른 일에 쏟는 시간이 더 많게 느껴졌습니다. 전문적인 역량을 쌓고 싶어서 카피라이팅, SEO, 브랜딩 강의도 들어봤지만,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여러분은 콘텐츠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시티즌패스의 호스트로 발표를 준비하면서, 문득 콘텐츠의 정의가 궁금해졌어요.

기존에 제가 알던 콘텐츠의 정의는 '디지털로 전달되는 텍스트/이미지 형태의 정보'에 가까웠는데, 구글링을 해보니 이런 정의를 발견했습니다.

우리가 지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생성, 사용, 공유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메시지
로 정의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콘텐츠는 공감, 공유, 소통하기 위한 거리이다.”

이러한 정의를 대입해서, 지금 하고 있는 업무들에 대해 이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다른 사람과 더 많이, 더 잘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인가?"


저는 이 질문에 ‘네’라고 답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생각하던 것보다는 넓은 범위의 업무이지만, 이 모든 일이 다른 누군가와 더 잘 소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음은 분명했기 때문이에요. 

소셜섹터의 콘텐츠는 확장이 필요하다

소셜섹터에서 일하는 많은 분들이, 내 직무라고 보기 어려운 일들을 여럿 해내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콘텐츠 직무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일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을 때, 누군가와 더 잘 소통하기 위해서이고, 나아가 문제해결을 위한 일이라면, 이 역시 콘텐츠의 범주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하게 되었습니다.

소셜섹터의 콘텐츠는 예상했던 것보단 훨씬 더 넓고, 멀리 보아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어떤 이유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계신가요?
댓글을 통해 더 많은 콘텐츠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글 ✍️ :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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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안녕하세요 소담님 🥰 얼마 전 함께 식사했던 누구나데이터 박소미입니다. 좋은 아티클 잘 읽었습니다 ! 여러 번 곱씹어 읽었어요 ~ !
이런 고민과 노력으로 품과 같은 좋은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는 거겠죠 !
브랜딩,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저도 정말 많이 하는데 그럴수록 정말 대상이 원하는 것과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 사이에 대한 고민도 커지는 것 같아요.
데이터도 보고, 책도 읽고, 말씀도 들어보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면서 저도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
저는 이렇게 고민한 결과가 수치적 성과로 보일 때 보람을 느끼는 편인데, 소담님께서는 어떤 부분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 지 궁금합니다 ~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